▲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14나노 기반 LPDDR5X D램. 최근 퀄컴의 스냅드래곤 모바일 플랫폼에 8GB 패키지를 탑재해 업계 최고 동작 속도인 7.5Gbps를 검증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14나노 기반 LPDDR5X D램. 최근 퀄컴의 스냅드래곤 모바일 플랫폼에 8GB 패키지를 탑재해 업계 최고 동작 속도인 7.5Gbps를 검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2분기부터 상승 반전하며, 시장이 조기에 성장세로 재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버·PC용 차세대 제품 수요 증가와 기업들의 재고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시안에 한 달간 봉쇄 명령을 내린 후 D램 현물 가격이 이전 하락세에서 강한 상승세로 전환한데다, 얼마전 키옥시아의 낸드플래시 공장 사고 여파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세계적 공급망 위기도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도 20%대 고속 성장을 이어가며 3년 연속 역대급 ‘20%’ 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DDR3 D램의 빠른 공급 위축으로 인해 2분기에는 최대 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텔과 AMD는 올해 PC와 서버용 DDR5 D램 솔루션을 지원하는 CPU(중앙처리장치) 신제품을 출시한다”며 “점차 DDR5로 전환되는 가운데 D램 공급업체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DDR3 솔루션 공급을 축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DDR3는 셋톱박스, 라우터·모뎀 등 고성능 칩이 필요 없는 네트워킹 제품군에 쓰인다. 다만 PC용 범용 제품인 DDR4 생산 확대 등으로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급 상황이 빠듯해 1분기 약세를 회복하고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0~5% 상승률을 보일 거라는 게 트렌드포스의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점차 비중이 줄고 있는 DDR3 가격이 인상된다는 것은 활용 범위가 큰 DDR4, DDR5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D램 제조사들은 DDR3 생산을 줄이는 대신 고성능·저전력 등을 특징으로 하는 DDR5 생산량을 확대하며 D램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D램 시장이 금액 기준 1018억54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950억9100만달러)보다 7.1% 성장한 수치다. 수퍼 사이클이었던 지난해 성장률(43.2%)보다는 낮지만 2019년(-37.1%)이나 2020년(6.7%)과 비교하면 견조한 수준이다.

지난달 D램 반도체 수출도 41.5%나 증가했다. 반도체 전체 수출은 103억8000만달러로 10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수요는 줄고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 우려가 크다고 봤다.

그러나 D램 가격이 예상과 달리 떨어지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올해 1월 8.09% 하락하며 3.41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특히 D램 DDR4 8Gb 현물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달 25일 기준 3.95달러로 한 달 전보다 5.3% 올랐다. 통상 현물가격은 3~6개월 후에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당초 업계에선 PC용 D램 가격이 지난해 3분기부터 10% 가까이 급락하며 하락세로 전환한 데 이어, 올 초에도 추가 하락하면서 올 하반기에도 약세를 이어갈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중 D램 가격이 반등에 성공하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조기 청신호는 무엇보다 업계 전반적인 차세대 제품 전환 움직임이 기저에 깔려 있다.

우선 인텔은 올 2분기내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인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은 앞서 데스크톱용 DDR5를 지원하는 CPU인 ‘앨더레이크’도 선보인 바 있다. AMD도 처음 DDR5를 적용하는 서버용 CPU ‘에픽 4세대’를 연내 출시할 전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난해 발표한 클라우드 서버용 칩인 ‘그래비톤3’도 DDR5 메모리를 지원한다. AWS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설비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고,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도 데이터 센터 투자 늘리기에 속속 나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버 투자 확대와 DDR5 도입이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서버용 CPU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에 최적화된 규격의 D램도 함께 교체하는 연쇄 수요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DDR5는 현재 널리 쓰이는 DDR4에 비해 성능과 전력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DDR4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가량 빠르고, 전력 효율도 30% 상당 개선됐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70%에 육박한다. 또 D램 시장에서 DDR5 출하량 비중은 올해 4.7%, 2023년 20.1%로 늘어나 2025년에는 40.5%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DDR4는 올해 49.5%로 정점을 찍은 후 2025년에는 8.5%로 점차 시장 내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 시장에서도 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가 공동 운영하는 일본 요카이치·기타카미 생산시설에서 최근 원재료 오염사고 발생하면서 가격 상승 분위기가 뚜렷하다.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기준 2위(19.3%)와 4위(13.2%) 업체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전 세계 낸드 생산량의 8%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5~10% 하락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5~10% 상승으로 수정했다.

한편 파운드리 시장도 올해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수요 확대로 고공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10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1321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보다 20%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3년 연속 20%대 신장세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 2019년 3분기부터 반등을 시작해 매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해 오고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5G용 AP 및 기타 통신 기기 판매가 강한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전년 대비 21% 시장 규모가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26% 추가 상승해 1101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IC인사이츠는 “올해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대 성장을 지속하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3년의 성장 기간을 기록할 것”이라며 “향후 5년 동안 순수 파운드리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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