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실패 끝에 재모집…대기업 신청 없어 성공 여부는 '자금력’

▲3사 로고.
▲3사 로고.

 

정부가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며 모집한 5세대(G) 제4이동통신 사업자 모집이 대기업 지원 없이 마무리됐다. 과거 정부가 7차례 추진했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는 제4이통사가 이번에는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건은 자금력인데, 복수 후보자가 등장했지만 현재로선 이들이 주파수를 할당받아 통신 서비스망을 구축할 재무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0일부터 19일까지 모집한 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 사업자 모집에 세종텔레콤, 스테이지파이브, 미래모바일 세 곳이 전국 단위 사업자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세종텔레콤은 28㎓ 주파수를 활용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세종텔레콤은 알뜰폰과 이음5G(5G 특화망)를 운영한 경험이 있지만, 지난 2015년에도 제4이통에 도전했다가 탈락한 적이 있다.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스테이지파이브는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뒤 신규 법인 ‘스테이지엑스’를 설립해 입찰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3년간 90개의 핫스팟에 6000여개 이상의 무선기지국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대학교·병원·경기장·공연장·공항 등지가 중점 대상이다. 현재 국내에는 5G 28㎓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지만, 폭스콘 계열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저가 단말 라인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미래모바일은 협력사들과 ‘마이모바일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했다. 미래모바일은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제4이통을 신청했지만, 역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모집한 28㎓ 5G 주파수는 통신 3사가 수익성과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포기한 건이다. 당초 2018년 통신 3사가 각사별로 각각 2072~2078억원의 할당대가를 내면서 경쟁적으로 따냈지만,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의무 기지국 구축수 1만50000대의 10% 수준만 이행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올해 5월 SK텔레콤의 28㎓ 주파수 대역을 회수하고 신규 사업자 모집에 나선 것이다.

28㎓ 주파수는 현재 국내 통신사들이 5G 서비스에 사용하는 3.5㎓의 중저대역보다 대역폭이 넓고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28㎓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벽과 건물을 통과할 수 있는 투과성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같은 면적에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3.5㎓에 비해 더 많은 기지국과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신 3사가 사업성을 이유로 포기할 정도로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로선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금융권이나 대기업에서 참여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 시장 진입 장벽도 낮췄다. 정부의 주파수 할당계획(안)을 보면 신규 사업자들이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기 위한 할당대가 최저경쟁가격은 740억원, 구축해야 하는 기지국은 3년차 기준 6000대다. 2018년 이통 3사가 5G 주파수를 할당받을 당시 최저경쟁가격인 2702억원과 망 구축 의무 대수인 1만5000대와 비교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정부는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정책 금융과 세액공제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 사업자가 망 구축 의무 대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사업성을 확보할 때까지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이 제4 이통사 등장의 관건인 셈이다. 그동안 제4통신사 유치 과정에서 정부가 7차례나 실패한 이유도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 즉 자금력이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19일 제4이통사 후보 모집을 마감하고 할당 신청법인을 대상으로 전파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결격 사유 해당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신청한 법인별로 한 달 이내 할당신청 적격 여부 통보를 완료한 후 주파수 경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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