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전기차 시장의 80%가 중가 이하
"니켈 함량 높이기 경쟁도 잦아들 것"

그동안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더 멀리, 더 빨리’였다. 내연기관차 대비 부족한 항속거리와 긴 충전시간이 전기차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라고 봤다.

그러나 최근 3~4년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항속거리 연장, 충전시간 단축보다 생산원가 절감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된다. 

BYD의 LFP 배터리 셀. /사진=BYD
BYD의 LFP 배터리 셀. /사진=BYD

12일 SNE리서치가 개최한 ‘NGBS 20223’에서 장학진 LG에너지솔루션 TI전략팀장은 “지금까지 배터리는 하이니켈 기술이 이끌어왔지만 앞으로는 미들니켈 기술 중요성이 올라갈 것”이라며 “볼륨 모델과 로코스트(저가) 모델 판매 비중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5년 이후 전기차 시장 성장을 이끈 모델은 각 브랜드의 고급 차종에 자리매김했다. 테슬라는 ‘모델S’를 통해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으며,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5’⋅’EV6’도 차급 분류상 ‘E세그먼트(중형)’에 속한다. 내연기관 대비 1000만~2000만원 비싼 전기차 가격을 감안하면 대중차 수요 보다는 매니아층 구매 욕구를 자극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시장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니아층을 벗어나 일반 대중차 수요까지 포섭해야 한다. 최고급 성능을 구현하는 비싼 기술 외에 낮은 가격에 적당한 성능을 제공하는 원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 팀장은 “오는 2030년 전기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모델 판매량은 19%에 불과한 반면, 66%는 볼륨 모델, 15%는 로코스트 모델이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사진=LG화학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사진=LG화학

따라서 배터리 양극재 업체들이 니켈 함량을 늘리기 위해 벌여온 경쟁도 점차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니켈 함량을 늘릴수록 항속거리를 연장할 수 있지만, 배터리 화재 위험은 더 높아진다. 이를 상쇄하려 각종 안전장치들을 더해야 하기에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원가가 급격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NCM(니켈⋅코발트⋅망간)에서 니켈 함량을 낮추면 화재 위험은 그 만큼 낮아지고, 화재를 대비한 안전장치들도 뺄 수 있다. 전기차 원가를 낮춤으로써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중국 배터리 업계가 주도하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배터리에 대한 중요성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LFP가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에서 그동안 NCM⋅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같은 삼원계 양극재 배터리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나 BYD에 이어 테슬라까지 LFP 배터리를 양산차에 적용하자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BYD의 LFP 배터리 적용 비중은 86%로, 전기차 업체 중 가장 높다. 테슬라도 48%로 절반 가량을 LFP로 채우고 있으며, 그 비중은 오는 2025년 57%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LFP 배터리 탑재량의 90%는 아직 중국 시장”이라면서도 “글로벌 OEM(완성차업체)들이 LFP를 확대 적용하면서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앞으로는 아이오닉5 대비 성능은 낮지만 가격이 싼 중저가 모델 출시가 늘어날 전망이다.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앞으로는 아이오닉5 대비 성능은 낮지만 가격이 싼 중저가 모델 출시가 늘어날 전망이다. /제공=현대자동차

LFP의 장점은 역시 가격과 안전이다. 가격과 수급이 불안정한 코발트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최영민 LG화학 전무는 “NCM 532(니켈 50%, 코발트 30%, 망간 20%) 셀과 비교하면 LFP의 무게 당 에너지 밀도는 거의 유사하며, 생산원가는 2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LFP 배터리가 프리미엄급 모델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중가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중 중국 난징 공장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향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며, 향후 전기차 시장으로의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SK온 역시 ESS 및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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