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메모리는 한국, 중국서 생산
D램은 100% 국내 생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의 미국 진출에 대해 처음으로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메모리 생산라인은 낸드플래시만, 그것도 중국에 한정해 해외 진출했다. 핵심 사업이라 할 D램의 경우 100%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하며 미국 건설에 대해 최소한의 긍정적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테일러시 공장 부지는 단기로는 파운드리에 집중해 계획이 수립됐다”면서도 “메모리 반도체의 다양한 생산거점 확보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테일러시에 메모리 생산라인이 진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 특히 D램은 한국 내 생산만 고집해 온 삼성전자의 전략과는 궤를 달리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당초 계획대로 파운드리 생산라인 외에 메모리, 그 중에서도 D램 생산라인을 지을 수 있다는 관측은 지난 2021년 말부터 제기됐다. 당시에 이미 미국에 의한 중국 반도체 산업 봉쇄조치는 강화되고 있었고,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등 IT 산업의 ‘리쇼어링’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해외 생산 거점으로 중국만을 활용해 온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서는 중국 내 팹(시안⋅우시) 장비 반입을 위해서라도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생산장비 중국 반입금지 조치를 1년 유예 받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다. 

2~3년 주기로 주력 생산 공정이 진보하는 D램이나, 갈수록 적층 단수가 높아지는 3D 낸드플래시 모두 지속적인 보완 투자가 필수다. 꼭 생산능력을 늘리는 증설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사와 기술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도 시안⋅우시로의 장비 반입이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D램 라인까지 중국에 진출한 SK하이닉스는 미국이 절대 금지하고 있는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의 중국 반입이 곧 필요하게 될 전망이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배터리 외에 첨단 패키지 생산 라인을 미국에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미중간 반도체 생산거점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아니나 삼성전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내 메모리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시나리오 역시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스마트폰⋅PC 등 세트 산업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반기 약세가 예상된다. 다만 서버향은 신규 칩 출시에 따라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인텔이 출시한 4세대 서버용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래피즈)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파이어래피즈는 1년여 지연 끝에 이달 초 정식 출시됐다. 그만큼 대기 수요가 많고, 이전 대비 코어 수가 늘어나면서 CPU 1개당 필요한 메모리 메모리 역시 증가했다. 또 사파이어래피즈부터 차세대 D램 규격 ‘DDR5’를 지원한다는 점도 반도체 업계가 기대하는 바다. DDR5는 기존 DDR4와 달리 칩 안에 ECC(오류정정회로)를 내장하는 것으로 규격이 정해졌다. 

이 때문에 칩 1개의 크기가 이전 대비 15% 정도 넓어졌다. 웨이퍼 1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의 수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DDR5 생산 비중이 30%까지 높아지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생산능력이 2% 가량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늘어난 D램 재고와 생산능력 탓에 신음하는 반도체 업계가 환영할 만한 요소다. 

김재준 부사장은 “DDR5 규격의 D램은 고객사가 보유한 재고량도 거의 없는 상태”라며 “신규 서버향 플랫폼 출시에 따라 관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 요약.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 실적 요약. /자료=삼성전자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43조3766억원으로 전년보다 15.9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302조2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9%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이익은 55조6541억원으로 39.46% 늘었다.

작년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95%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 대에 그친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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