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덜한 시설에 인센티브 확대하고 민간 거래 활성화 유도가 골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16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16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국내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된 ‘배출권 거래제’가 연내 개정된다. 탄소 감축에 더 투자하는 기업들에게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배출권 시장 거래를 보다 활성화하는 것이 골자다. 산업계 요구를 대거 수용한 개선안인 만큼,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당초 목표를 앞당기는데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16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열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은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밝혔다.

이는 현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위원회로, 즉시 개선 가능한 단기 과제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2015년 도입된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을 사전 할당하되 여유·부족분을 다른 기업들과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달 기준 733개 업체(69개 업종)가 대상이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포괄한다.

이번 개선방안은 지난 8월 정부 유관 부처와 업계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에서 석달간 총 7차례의 회의와 현장 건의사항을 수렴해 만든 결과다. △지침 개정 등으로 즉시 개선이 가능한 단기 과제와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 과제 등 2단계로 구성됐다.

정부는 올해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우선 단기 과제부터 개선을 완료하기로 했다.

먼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제도를 바꾼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최우수 시설(동종 업계 상위 10%)을 짓거나, 노후 설비를 교체해 온실가스 배출 효율을 개선하는 경우 배출권을 더 많이 부여한다. 바이오납사 등 저탄소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을 위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을 확대한다.

이와 함께 민간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하고 배출권 가격 변동성은 완화한다.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 외에 시장조성자 등 금융기관의 참여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기업들이 배출권을 더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증권사 위탁거래를 도입한다. 지금은 사실상 배출권 자기매매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증권사 위탁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선물 거래 등을 도입해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 관리 수단도 제공한다. 또한 올해 말까지인 배출권 부가가치세 면제 일몰 기한도 2025년까지 3년 연장한다.

전년도 배출량 확정(5월) 이후 배출권 제출까지의 기간을 늘려 충분한 거래기간을 보장하고, 배출권 가격 예측을 위한 시장정보 공개를 확대해 원활한 거래를 지원한다.

또 배출권 외부사업 인증절차와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유엔에서 이미 인증을 받은 해외 감축실적을 국내에서 거래 가능한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경우 검토 항목과 검토 기간을 단축한다. 코로나19 등으로 인증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경우는 신청기한을 연장해주고, 외부사업 인증기준의 일관성을 제고해 사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 종전에는 2020년 이전 해외 감축실적은 2022년까지 인증을 신청해야 했지만 기한을 2023년까지 연장한다.

이와 함께 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절차는 효율화하고 정확성은 높인다.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온실가스 저감효율 측정 기준은 국제기준에 맞게 합리화하고, 소각시설에는 굴뚝 자동측정이 가능하도록 한다. 당초에는 감축설비 중 연 20%를 측정 기준으로 했지만 개선안은 이를 연 10%로 조정한다. 매년 제출해야 했던 배출량 산정계획서는 변경사항이 없을 경우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등 중복 제출도 최소화한다.

마지막 단기 과제로 신규‧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제도 이행을 지원한다.

신규 시설에 대해서는 가동 초기 낮은 배출량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점을 고려해 가동 정상화에 따라 배출량이 1.5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한다. 배출권 거래량이 적은 소규모 업체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시스템 연회비를 면제하고,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에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을 활용한 탄소중립 설비 지원을 지속 확대한다.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보다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배출허용총량 설정, 유상할당 확대 등 배출권 할당방식을 개선하고 상쇄 및 이월제도 개선 등을 중점 과제로 선정한다.

또 배출권 거래제 대상 업체가 비대상 업체를 인수·합병할 때 신규 사업장에 대해 배출권을 추가 할당할 계획이다. 현 제도상 거래제 적용 대상은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12만5000t 이상인 업체 또는 2만5000t 이상인 사업장을 보유한 업체다.

이같은 단기 개선 과제에서 나아가 정부는 중장기 차원의 2단계 과제를 내년에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에 따른 배출허용총량 재설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할당 방식 개선, 간접 배출 관리방안 개선, 배출권 이월제한 완화 등이다. 특히 10% 수준인 유상할당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대신, 그에 따른 추가 수입은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개선방안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배출권 할당 및 취소에 관한 지침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 및 인증에 관한 지침 ▲외부사업 타당성평가 및 감축량 인증에 관한 지침 등 3건의 고시 개정안을 11월 24일부터 20일 동안 행정예고한다.

금한승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은 우선적으로 즉시 개선이 가능한 단기 과제 중심으로 수립했다”며 “배출권거래제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만큼 관계 부처, 산업계와 적극 소통하며 최대한 빨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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