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코스닥 시장 상장
NPU 설계용 IP 턴키 공급

메모리를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눈을 돌리면 취약한 연결고리가 많다. 삼성전자가 세계 2위 파운드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1위 TSMC와 격차가 크고 후방 산업으로 가면 불모지에 가까운 섹터들이 있다. 반도체 IP(설계자산)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픈엣지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픈엣지

오픈엣지테크놀러지(이하 오픈엣지)는 이처럼 국내 기반이 약한 IP 업계서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둔 회사다. 지난 2017년 창업해 업력으로 보면 스타트업에 가깝지만, 이달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만큼 검증된 회사다.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기업공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SoC(시스템온칩)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천억원대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기업들은 사전에 검증된 IP를 선호한다”며 “오픈엣지는 AI용 반도체 제조에 특화된 IP를 ‘턴키’ 형태로 공급하는 유일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IP는 일반 제조업에 비교하자면 부품 모듈에 해당한다.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수천가지 부품을 조합해서 만들듯, SoC 하나를 완성하려면 수많은 IP가 동원돼야 한다. 단지 제조업 부품과 달리 IP는 물리적 형태가 없이 설계도만을 공급할 뿐이다. 팹리스들은 여러 IP들을 모아서 하나의 SoC 설계도를 완성하고, 이를 파운드리에 넘기면 물리적 형태의 칩이 생산되는 구조다.

오픈엣지는 그 중에서 NPU(신경망처리장치)와 메모리시스템(인터커넥트⋅메모리컨트롤러⋅PHY)를 통합한 플랫폼 IP를 제공한다. 통칭 ‘AI 반도체’로 불리는 NPU는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안에서 AI 연산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반도체다. 애플리케이션별로 NPU를 따로 설계해 별개의 칩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SoC로 한 개의 다이에 NPU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IP를 사용해야 한다. 

이 대표는 “SoC 내에 탑재된 수많은 기능들을 팹리스가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픈엣지 같은 IP 회사들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IP는 SoC 내에서 특정 기능을 구현하는데 쓰인다. /자료=테스스폿
IP는 SoC 내에서 특정 기능을 구현하는데 쓰인다. /자료=테스스폿

국내는 IP 산업 저변이 미약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태동한 미국과 유럽에서 IP 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R&D(연구개발) 집약적 산업인데다 설비투자 없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 방면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가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영국 Arm이다. 

Arm을 포함해 메이저 IP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평균 30~40%를 넘나든다. 반도체 팹 내에서 사용하는 각종 소재⋅장비⋅부품 회사 영업이익률이 보통 10~2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부가가치가 높다.

이는 IP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인한다. IP 업체의 매출은 팹리스와 IP 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받는 라이선스료와 해당 IP가 적용된 칩이 양산되면서 받게 되는 러닝 로열티로 나눠진다. 한번 SoC가 설계돼 양산에 들어가면 같은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양산되기에 러닝 로열티가 누적된다. 최근 7nm(나노미터)⋅5nm 등 미세공정이 발전함에 따라 IP 개발 난이도가 높아지고, 더불어 라이선스 및 러닝 개런티도 단가가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페이스IP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28⋅22nm 제품(메모리인터페이스 DDR4⋅5 기준)용 IP 평균 라이선스 비용이 180만달러(약 24억원)였던데 비해 5nm 제품은 380만달러로 비싸졌다. 

현재 오픈엣지의 매출 중 러닝 로열티는 라이선스료 대비 6% 수준이다. 아직은 매출에서 라이선스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 대표는 “이는 바꿔말하면 신규 고객사로 편입돼 벌어들이는 매출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이라며 “이들 고객사가 SoC를 양산할수록 러닝 로열티 매출은 후행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2억원을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151억원이다. 내년에는 매출 300억원 돌파와 함께 사상 처음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올해까지 누적 라이선스 체결 거래는 총 34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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