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교통체계(ITS) 관련 세계 최대 행사인 'ITS 월드 콩그레스 2019(ITS World Congress 2019 in Singapore)가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필자가 소속된 에티포스는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 NXP반도체의 파트너 자격으로 NXP 부스 내에서 NXP의 칩셋 기반 자사 솔루션을 전시하는 형태로 전시회에 참가 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해 진행하다 보니, 이들의 뒷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그때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본다.

 

DSRC 기반 V2X와 5G V2X, 물밑 전쟁

  

출처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출처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올해 개최된 ITS World Congress는 표면적으로 작년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해 보였지만, 실상 물밑에서는 5G를 내세운 이동통신 진영과 즉시 전개 준비가 완료된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 진영 사이에서 V2X 및 ITS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이 벌어졌다.

DSRC 기반 V2X 및 ITS 관련 솔루션들이 쏟아져나왔던 이전과 달리, 작년 ITS World Congress는 신제품·신기술 소개도 줄었을 뿐 아니라 대형 업체들의 부스 크기도 줄어드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ITS 법제화가 보류되고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한 이동통신 기반 V2X(C-V2X) 기술이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로비를 펼쳐 검증된 DSRC 기반의 V2X 및 ITS 체계 전개가 지연되는 혼란한 양상이 펼쳐지면서다. 

여기에 올해 7월 유럽연합(EU)의 ITS 법제화가 끝내 좌초되고 미국의 ITS 관련 법제화가 미국교통부(DOT)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간의 갈등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ITS 본격 전개 시기가 오리무중이 된 상황이었다.

 

이동통신 진영, "급할 것 없다"

이동통신 진영은 이미 유럽 및 미국에서 DSRC 방식의 법제화를 저지한 상황이라, 아직 표준 제정이 진행되고 있는 5G NR V2X 도입이 본격화 될 때까지 ‘급할 거 없다’는 분위기였다.

화웨이(Huawei)가 이동통신망(LTE, 5G)을 활용한 종합 V2X 솔루션 및 서비스를 소개했으며, 퀄컴도 5G V2X를 강조했다.

 

반격 나선 DSRC 진영

DSRC 진영이라고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다. 

가장 주목할 사건은 DSRC 진영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였던 NXP가 C-V2X솔루션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C-V2X 칩셋(Chipset)을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자체 소프트웨어정의라디오(SDR) 플랫폼 기반으로 에티포스와 함께 C-V2X 솔루션을 선보였다.

 

에티포스는 ‘ITS 월드 콩그레스 2019’에서 NXP와 ‘SDR C-V2X’ 솔루션을 공동 시연했다./에티포스
에티포스는 ‘ITS 월드 콩그레스 2019’에서 NXP와 ‘SDR C-V2X’ 솔루션을 공동 시연했다./에티포스

차량 반도체 1위 NXP반도체가 C-V2X 칩셋의 사실상 독점 공급 업체인 통신 반도체 1위 퀄컴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실제 퀄컴 기술 및 사업 리더들이 NXP부스를 방문, 에티포스의 NXP SDR플랫폼 기반 C-V2X솔루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최대 온라인 주식거래 사이트 'TD Ameritrade'에서도 NXP와 에티포스의 SDR C-V2X 솔루션 관련 기사를 퀄컴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사로 소개했다.

행사 기간 중 EU 내 50개 도시, 기관, 자동차 업체, 장비 업체, 반도체 업체 등은 DSRC 기반 V2X를 본격 전개한다고 발표했다. 

C-V2X 진영은 지난 7월 기술중립성, 5G V2X 확장성 등을 앞세워 EU 및 미국에서 DSRC 중심으로 V2X 체계를 구축하려는 입법을 저지한 바 있다. EU에서는 법안이 아닌 지침(Directive)이었다.

이에 DSRC 진영은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전술을 바꿔 적용가능한 도시에 본격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움직임은 약 10년간 축적된 실증 결과에 따른 자신감을 가진 DSRC 진영만 가능한 일이다. 아직도 변수(Parameter)가 상당부분 정의 되지 않았고, 안전성 실증이 부족한 C-V2X 방식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적은 수의 국가·도시·기관이 참여한다 하더라도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실증 단계를 통과해 본전개가 개시되면 들불 번지 듯 유럽 역내에 확산될 수 있는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C-V2X 진영에서는 못한다.


시장은 인프라로부터

V2X는 차량과 인프라에 V2X 통신 장비가 모두 설치돼야 의미가 있다./미국교통부

V2X 관련 솔루션 시장은 인프라로부터 온다.

NXP-에티포스 공동 데모에 관심을 가진 고객들은 인프라 업체다. V2X 통신의 정의상 모든 차량과 모든 인프라에 V2X 통신 장비가 설치돼야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 모든 차량의 V2X 장비 장착을 의무화 하는 법이 제정되어야 하고 ▲V2X 인프라 장착이 선행돼야한다.  OEM 업체들은 각자 알아서 V2X OBU(on-board unit)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V2X 통신표준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DSRC진영과 C-V2X진영의 각축은 C-V2X진영이 법제화를 일단 저지한 것으로 1승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10여년간 투자하고 기술을 축적해 온 DSRC 진영 또한 만만치 않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끝으로 전시기간에 만난 DSRC 방식의 가장 강력한 지원자인 토요타 ITS 고위 관계자의 말로 결어를 대신한다.

“우리는 DSRC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We will never give up DS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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