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재추진 중인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위 파운드리 회사다. 원래 인텔 라이벌인 AMD의 제조부문이었으나, 지난 2008년 경영난 타계를 위해 분사했다. 현재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가 최대주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번 딜이 최종 성사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인수가는 약 300억달러(약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역대 인텔이 시행한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다.

다만 이번 보도에 대해 글로벌파운드리 대변인은 “인텔과 어떠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인텔 전경./사진=인텔
인텔 전경./사진=인텔

글로벌 파운드리는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17%를 차지한 삼성전자와는 격차가 작지 않아 대만 UMC(7%), 중국 SMIC(5%)와 함께 3위 그룹 선두로 꼽힌다. 

만약 WSJ 보도처럼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3위권 파운드리 회사로 치고 나올 수 있다. 지난 2018년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한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천명했으나 갈길이 멀다. 이미 TSMC⋅삼성전자가 선단공정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상황에서 맨땅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면, 적어도 생산능력 면에서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추진은 시간을 돈으로 사는 전형적인 미국 회사들의 전략”이라며 “인텔은 100미터 달리기를 출발선에서 시작할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파운드리 입장에서도 인텔에 의한 피인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2018년 이후 EUV(극자외선) 공정 도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투자금에 대한 부담과 기술 구현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서다. 

이후로는 7나노미터(nm) 이하 공정 대신 14nm, 12nm 핀펫(FinFET) 플랫폼을 무선통신(RF), 내장형 메모리, 저전력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완전공핍형 실리콘온인슐레이터(FD-SOI) 공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텔이라면 EUV 도입을 위한 기술은 물론 자금 확보도 가능하다. 인텔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제조 자립 전략의 첨병을 맡고 있다. AMD의 글로벌파운드리 분사와 매각으로 잃어버린 파운드리 사업 주도권을 인텔을 통해 찾아오는 건 미국 정부로서도 반길 일이다. 

인텔 오리곤 팹./사진=인텔
인텔 오리곤 팹./사진=인텔

또 다른 반도체 설계 업체 대표는 “실제 딜이 성사될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면 선단공정 시장에서 3강 체제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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