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주지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간 심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 요청했다.

미 행정부 소속 준사법기관인 ITC 결정은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즉각 무효화 된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12일 로이터통신은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이 날 성명을 내고, ITC의 결정이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0일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제기한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판결에서 LG 측 손을 들어줬다. ITC는 미 관세법 337조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에 10년간 이차전지 제품의 미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KIPOST 2021년 2월 11일자 <"SK, 美서 배터리 생산⋅수입 금지"...믿을 건 조지아 여론뿐> 참조).

향후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셀, 배터리 모듈, 배터리 팩 및 구성 요소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미국에서 이차전지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 진 셈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진행될 양측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투자해 연 21.5GWh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로 했다. 1차 투자금액만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조지아주가 유치한 해외 기업 투자 규모 사상 최대 금액이다. 

켐프 주지사는 성명에서 “ITC의 최근 결정은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일자리 감소 우려를 앞세워 ITC 결정을 뒤집어달라는 뜻이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 /사진=조지아주 홈페이지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 /사진=조지아주 홈페이지

켐프 주지사 성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거부권 행사 여부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고민스런 대목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 코로나19 탓에 떨어진 제조업 활력을 되살리는 행보를 지속해온데다, 이차전지 산업이 친환경 산업 부흥을 앞세운 대선 캠페인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거부권을 행사하자니 전례가 드물고, ITC 결정을 승인하자니 조지아주 민심이 우려된다.

한편 켐프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으로 지난 2019년 1월 조지아 주지사로 부임했다. 당시 주지사 선거에서 1.39% 포인트 차이로 민주당 스테이스 에이브람스 후보에 신승(辛勝)했다. 

조지아주는 지난해 연말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켐프 주지사 입장에서는 재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민주당으로 돌아선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ITC 결정에 거부권 행사를 적극 요청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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