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손정의 회장 만남 두고 주목
피인수 되더라도 중립 정책 유지 피력

르네 하스 Arm CEO. /사진=Arm
르네 하스 Arm CEO. /사진=Ar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기로 한 가운데 Arm CEO(최고경영자)가 회사를 중립적으로 운영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Arm의 반도체 IP(설계자산) 라이선스 정책은 특정 칩 회사에 종속되지 않기로 유명한데, 삼성전자와의 M&A(인수합병) 딜이 진행되더라도 이 같은 방침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르네 하스 Arm CEO는 27일 중국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Arm은 전자 산업에서 스위스의 위치”라며 “Arm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지난 1815년 영세 중립국 지위를 승인 받은 이래, 주변 강대국 어떤 나라와도 동맹이나 경제협력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스 CEO가 Arm을 스위스에 비유한 건, Arm 역시 특정 칩 업체에 편향되지 않는 라이선스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 간에 추진되는 M&A 딜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다음달 방한해 이재용 부회장과 Arm M&A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을 320억달러(약 46조원)를 주고 인수했다.

앞서 엔비디아로의 매각이 좌절된 전례를 비춰 보면, Arm이나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회사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임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는 각국 경쟁당국에서 기술 독점에 대한 우려 탓에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Arm 인수를 포기했다. 

삼성전자가 실제 Arm 인수에 성공할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천문학적인 몸값과 인수 실익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Arm의 지난해 매출은 26억달러, 영업이익률은 40% 정도다. Arm이 모바일 칩셋 시장에서 가지는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실적에 지불하기에 Arm 몸값은 너무 비싸다. 

시장에서는 Arm 지분 가치를 50조~70조원 정도로 추정한다. 손 회장은 Arm을 상장했을 때 목표 시가총액을 600억달러(약 86조원)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이익 등 재무적 계산만 놓고 보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거래인 셈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사업 전략방향에 시너지를 위해 인수한다는 설명도 명쾌하지는 않다. 하스 CEO 설명처럼 중립적인 라이선스 정책과 독립 운영을 유지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만을 위해 협업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Arm IP가 필요하다면 지금처럼 라이선스를 내고 쓰면 된다.

소프트뱅크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인수 후보들과의 M&A 협상이 성사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상장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 놓고 있다. 하스 CEO는 “전임 CEO가 IPO(기업공개)에 반대한 것과 달리, 지금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새로운 CFO도 영입했다”고 말했다.

Arm은 지난 26일 제이슨 차일드 전 스플렁크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자사 CFO로 임명했다. 차일드 CFO는 재무관리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물로, Arm의 내년 상반기 상장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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