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A100 텐서(Tensor) 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의 A100 텐서(Tensor) 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사진=엔비디아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의 일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며, 대중 첨단 기술 유입을 더욱 강하게 차단했다. 비록 민수품이지만 중국 군사장비에 미국에서 수출하는 반도체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다. 당장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전형적인 기술 패권주의라며 비난했고, 대중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한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미 정부가 지난달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홍콩 수출 관련 새로운 허가 규정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미 정부가 허가하는 제품만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수출 규제에 묶이게 됐다.

미국 SEC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신규 라이선스를 요구한 제품은 AI 개발 및 가속을 위한 서버용 GPU 칩셋인 A100과 H100, 서버 완제품인 DGX 등이다. 또 현재 판매 중인 상품뿐 아니라 향후 엔비디아가 개발할 GPU 칩셋 가운데 A100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제품도 모두 라이선스를 받으라고 했다. CNBC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을 계속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라이선스를 신청할 것”이라며 “다만 언제 라이선스가 부여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AMD도 이날 데이터센터용 GPU 인스팅트(Instinct) AI 칩셋 제품인 ‘MI250’의 중국 수출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AMD는 다만 이전 세대 제품인 MI100은 수출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출금지 조치는 일부 품목으로 제한적이지만 중국의 컴퓨팅 산업의 핵심을 정조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GPU는 원래 비디오게임용으로 설계됐지만 현재 이미지를 인식하고 항목화하거나 군사시설의 위성 디지털 이미지를 찾아내는 등 AI 기능을 처리하는 다양한 기기에 장착돼 활용된다.

수출 금지된 칩은 AI가 막대한 처리량을 높은 정확도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고안됐고 전투기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같은 GPU 칩의 모든 공급처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은 GPU 관련 AI 기술의 접근성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앞서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에서 회계 3분기(8~10월) 매출 전망치를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59억 달러로 제시했다. 미국 당국의 새로운 대중 수출 제한으로 이번 분기 매출이 추가로 4억 달러(약 5400억 원) 상실될 위험에 놓였다고 엔비디아는 밝혔다.

다만 이번 미국 정부 조치가 중국 사업 전체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1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미국 정부는 2023년 9월1일까지 홍콩법인을 통한 ‘H100’과 ‘A100’ 주문과 유통 등을 승인했다”라며 “또 A100 중국 고객 지원 등은 2023년 3월1일까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랭했다. 이날 뉴욕증시 장 마감 무렵 전해진 이번 소식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9% 떨어졌고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7.6%, 3.3%씩 급락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미국 측의 방식은 전형적인 과학기술 패권주의”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 측은 국가 안보 개념을 거듭 확대하고, 국가 역량을 남용하면서 자국의 과학기술 우위를 이용해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억제·탄압하려 한다”며 “이는 시장경제 규칙을 위반하고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파이브에코(FIVE ECO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엔비디아 #A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