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로, 하이케이 전구체 생산에 강점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프늄 구매금액 2500억원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왼쪽)과 이재정 메카로 회장 겸 CEO. /사진=머크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왼쪽)과 이재정 메카로 회장 겸 CEO. /사진=머크

글로벌 화학업체 독일 머크가 메카로의 전구체 사업을 인수한다. 메카로는 SK하이닉스의 하이케이(High-K, 고유전율) 전구체 공급사 중 하나로, 최근 하프늄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머크는 화학소재부문 자회사 버슘머트리얼즈를 통해 메카로의 전구체 사업을 인수한다고 17일 밝혔다. 인수금액은 1억1000만유로(약 1467억원)다. 7500만유로 현금 선불계약금에 3500만유로의 조건부 지급금이 더해진다. 국내외 규제당국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인수 절차는 오는 4분기 완료된다. 

전구체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박막을 입히기 위한 물질의 전단계를 의미한다. 전구체를 CVD(기상화학증착)⋅ALD(원자층증착)장비에 주입하면, 가스들이 서로 반응을 일으키며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이 형성된다. 이 박막을 식각(에칭)해 깎아내면 금속 배선이나 절연막 등이 완성되는 것이다.

메카로는 여러 종류의 전구체 중 특히 하이케이 재료에 특화된 회사다. 하이케이 재료는 지르코늄⋅하프늄 등 전하를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소재를 뜻한다. D램 미세공정이 발전하면서 기존 재료로는 전하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게 어려워지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하이케이 재료를 다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르코늄은 국내외 공급사가 복수로 존재하지만, 유전율이 더 높은 하프늄만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한 개씩의 공급사만 거느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아데카로부터 SK하이닉스는 SK트리켐으로부터만 하프늄을 구매한다. 지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하프늄 전구체 구매금액은 도합 2000억원, 올해는 25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기존 D램 구조(왼쪽)와 HKMG가 적용된 모습. /자료=삼성전자
기존 D램 구조(왼쪽)와 HKMG가 적용된 모습. /자료=삼성전자

이번에 머크가 인수한 메카로는 자체 특허를 이용해 하프늄을 제조하는 기술을 확보했으나, 아직 반도체 회사에 양산 공급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분기 양사간 거래가 완료되면 머크는 메카로를 통해 하프늄 공급을 우선적으로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프늄은 제조 방법도 까다롭지만, 일본 트리케미칼래버토리(TCLC)의 특허를 어떻게 회피하느냐가 관건이다. (주)SK가 전구체 사업을 위해 TCLC와 합작사(SK트리켐)를 설립한 이유다. 아데카의 경우, TCLC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머크는 특허 무효 소송을 통해 TCLC 특허 장벽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머크 자회사 버슘머트리얼즈는 올해 1월 국내 특허심판원에 TCLC를 상대로 하프늄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이 건은 심리가 진행 중이다(KIPOST 2022년 1월 25일자 <버슘코리아, 일본 TCLC에 하프늄 특허 무효 심판 청구> 참조).

카이 베크만 머크 일렉트로닉스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메카로 화학사업 인수로 박막 포트폴리오의 핵심 세그먼트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현지화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충북 음성 최첨단 제조시설과 대전의 연구개발(R&D) 연구소를 확보하게 됐고, 이는 머크가 한국에서 레벨업 투자를 실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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