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개 국내 일자리 창출도
새 정부 ‘민간 주도 성장’ 기조에 화답 취지지만 급조된 측면도

▲10대 그룹 주요 투자 분야 및 규모/각사 발표 취합
▲10대 그룹 주요 투자 분야 및 규모/각사 발표 취합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최근 총 1040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줄줄이 발표했다. 1000조원은 우리나라 한 해 예산(607조원)의 1.6배, 국내총생산(GDP·1911조원)의 절반 이상(5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면 국내에서만 올해부터 매년 평균 160조원가량이 투자된다. 연간으로만 따져도 올해 국가예산(607조원)의 4분의 1을 훌쩍 넘어선다.

다만 며칠새 마치 ‘눈치작전’을 방불케 하듯 동시다발적으로 투자 발표에 나선 것이어서 ‘민간 주도 성장’을 약속한 새 정부의 환심용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주 삼성전자·SK·현대차·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두산 등 10개 그룹사 대기업들이 각각 새 정부 임기인 향후 3년에서 5년간 총 1040조6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450조원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SK(247조원), LG(106조원), 현대차(63조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들 10개 기업이 이 기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33만7000명에 달했다.

◆미래 산업을 위한 국내 투자에 집중…경기 불확실성에 실현 가능성은?

1000조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 계획의 골자는 ‘미래를 향한 국내 투자’다. 해외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원천기술 개발과 전략적 핵심소재 등에 대한 투자는 국내에 집중한다는 뜻이.

실제 삼성그룹은 총 45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인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SK그룹도 247조원 중 179조원을 국내에 집중 투자한다. 현대차그룹도 63조원 중 38조원을 국내에서 집행한다. LG그룹은 아예 이번에 발표한 106조원 투자계획을 전액 국내로 배정했다. 포스코그룹도 53조원 중 33조원을 국내 투자키로 했고 한화그룹도 37조6000억원 중 20조원이 국내 투자다. GS그룹도 총 21조원 중 거의 대부분이 국내다.

다만 대기업들이 이처럼 며칠새 동시다발적으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배경에는 새 정부 정책 기조를 서로 눈치보기식으로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처럼 전경련이 집계하는 관행이 사라진 만큼, 다른 기업들의 투자 발표 시기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향후 투자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배경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경제는 거의 ‘퍼펙트 스톰’에 휩싸이며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물가급등과 금리인상 외에도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 악재만 쌓이고 있는 것이다.

◆투자 분야는 친환경, 반도체, 바이오 등 신산업

우선 삼성전자를 제외한 각 기업이 밝힌 투자 계획을 부문별로 보면, 친환경 차량과 배터리,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이 165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먼저 SK는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수소·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 67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포스코 역시 기존 철강 사업을 친환경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데 20조원, 2차전지와 수소 등 친환경 소재 사업에 5조3000억원 등 총 30조3000억원을 친환경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GS는 SMR·암모니아·신재생 사업 등에 18조원, 현대차는 친환경차· 수소연료전지 등에 16조2000억원, LG는 배터리와 배터리소재, 친환경 소재에 1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한화그룹은 태양광과 풍력 등 에너지(4조2000억원)와 친환경 소재(2조1000억원), 탄소중립 기술(9000억원) 확보에 7조2000억원을,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기자재와 탄소감축 기술에 7조원을 쏟아붓는다.

친환경과 더불어 가장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분야는 반도체다. SK그룹만 14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SK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팹(Fab·생산공장)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450조원 투자 계획 중 반도체 분야 투자금이 포함된다면 친환경 분야보다 많아질 수 있다.

디지털 분야에는 SK, LG, 현대중공업 3개사가 29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중 대부분은 24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SK다. SK는 5세대(G) 등 네트워크 콘텐츠 개발과 디지털 전환(DT)을 가속화한다. LG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추진하기 위해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중공업은 자율운항 선박, 빅데이터 플랫폼 등 디지털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한다. 건설기계, 로봇 분야의 무인화와 AI 접목을 통한 차세대 제품 개발 투자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모빌리티와 바이오 역시 주요 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먼저 바이오 분야의 경우 16조2000억원으로 SK‧LG‧롯데‧현대중공업 등 총 4개 기업이 적게는 1조원, 많게는 12조7000억원씩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신약 개발과 위탁생산(CMO) 시설 등에 적극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바이오 분야에서 ‘제2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현대차와 롯데가 각각 8조9000억원, 8조원씩 총 16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차는 로보틱스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롯데 역시 올해 실증 비행을 목표로 하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심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는 한편 기존 사업의 경쟁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롯데는 백화점 리뉴얼, 특화매장 확대, 고부가 화학소재 사업 강화 등에 총 20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한화와 GS 역시 각각 석유화학 사업과 편의점 등 유통 사업에 4조원, 3조원씩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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