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어 유럽‧미국 등지로 생산 거점 확대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 아성 공고...부진한 실적 회복은 숙제

▲CATL 본사 전경.
▲CATL 본사 전경.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미국에 첫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선정을 곧 마무리하며, 안방을 넘어 세계 시장 지배력 확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북미‧유럽 등지에서 한국 배터리 3사와의 경쟁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1분기 ‘어닝 쇼크’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중국내 봉쇄 조치의 여파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실적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CATL이 추진중인 미국 공장 건설과 관련, 업계 소식통 2명의 말을 인용해 CATL이 BMW와 포드에 납품할 미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신설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 조만간 부지 선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전했다. 후보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켄터키주이며 BMW, 포드 등과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CATL의 미국 내 첫 배터리 공장이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정해지면 오는 2026년부터 배터리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는 X3와 X5 등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BMW의 스파턴버그 공장이 있다.

이날 BMW는 성명에서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공장 건설과 배터리용 원자재 현지 조달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 중이며 몇몇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쩡위췬(曾毓群) CATL 회장도 전날 해외 자동차 업체를 위해 해당 기업이 있는 국가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ATL의 신설 공장 부지로 유력한 지역 중 하나인 켄터키주 루이빌에는 포드차 공장 2곳도 있다. 포드차는 지난해 SK온과 함께 켄터키 글렌데일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2곳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CATL은 2020년 켄터키주 글래스고에 있는 한 공장을 매입했다.

그간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온 CATL은 최근 50억 달러(6조3625억원)를 들여 북미에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CATL은 BMW와 테슬라, 폭스바겐(폴크스바겐)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18억유로(약 2조4천79억원)가 투자된 첫 해외 공장인 독일 아른슈타트 공장을 개소할 계획이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앞다퉈 자국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 특히 미국이 적극적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30년 미국 내 신차의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고, 배터리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 5년간 50억 달러의 자금도 쏟아부을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EV+PHEV 기준) 배터리 시장은 2021년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만 58%에 달한다.

CATL이 갈수록 공격적인 해외 진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는 CATL이 2025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을 세 배 이상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갈수록 CATL의 점유율 상승세는 독보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CATL이 35%의 점유율을 기록, 국내 배터리 대기업 3사를 합친 점유율(26.3%)을 훌쩍 넘어섰다. 전년 동기 28.5%보다 6.5% 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2위, SK온은 5위를 유지했다. 국내 3사의 경우, SK온이 142% 고성장을 이뤘으나, LG에너지솔루션과 SDI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중국계에 비해서는 낮은 성장세를 보였고, 전체적으로 점유율이 다소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한 15.1GWh(기가와트시)로 2위를 기록했다.

SK온은 2.4배 급증한 6.3GWh를 기록해 순위가 전년 동기보다 한 단계 올라서며 점유율도 소폭 상승했다. 삼성SDI는 26.2% 증가했지만, 전체 시장 점유율은 2% 하락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1분기 CATL이 크게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어두운 전망을 낳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CATL은 1분기에 순이익 14억9천만위안(약 2천8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24%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486억7천만위안(약 9조2천500억원)으로 153% 늘었다. 1분기 매출 대비 순이익 마진 역시 3%로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에는 각각 매출 191억7000만 위안, 순익 19억5000만 위안으로, 매출 대비 순익 마진이 10%에 달했다.

특히 이번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17억9000만 위안 규모(약 3400억 원)의 파생상품 채무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런 유형의 부채가 공개된 것은 지난 2018년 상장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 채무가 무엇인지 구체적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CATL 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배터리 핵심 원재료 니켈 투자와 관련된 손실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내 봉쇄 조치의 여파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향후 실적 전망에 부정적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들을 봉쇄했다. 특히 상하이는 CATL 공장과 핵심 고객사인 테슬라, 니오, 샤오펑도 공장이 들어서있다. 봉쇄에 따른 영향으로 이들 공장이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가 지난달부터 일부 생산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위기로 인해 리튬과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도 타개책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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