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텔 옵테인 제품군은 선뜻 도입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라 활용 사례도 적어 어떤 응용처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하는지부터 고객사가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텔의 옵테인 제품군의 채택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현대자동차·SK텔레콤(SKT) 등이 인텔 옵테인 메모리를 쓴다.

옵테인 제품군 중에서도 가장 쓰임새가 많은 게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이하 옵테인)다. 이 기사에서는 옵테인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짚어봤다.

 

옵테인, 3개의 선택지 ①메모리 모드 - 가상 머신(VM)

옵테인은 ▲대용량 캐시메모리 역할을 하는 ‘메모리 모드’ ▲고속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처럼 동작하는 ‘앱 다이렉트 모드’ ▲두 기능을 적절히 배합한 ‘듀얼 모드’ 등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앱 다이렉트 모드에서 옵테인의 용도를 메모리와 스토리지로 구분해 프로그래밍한 게 ‘듀얼 모드’라는 점에서, 사실 선택지는 두 개다.

둘 중 많이 쓰이는 건 메모리 모드다. 굳이 소프트웨어(SW)를 변경하지 않아도 옵테인이 알아서 D램처럼 캐시 메모리 역할을 해 빠르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모드에서 D램은 옵테인의 캐시 메모리로, 자주 쓰이는 데이터를 저장해놓는 역할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메모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DDR4 DIMM과 옵테인 DCPMM 가격 비교. 5일 기준 DCPMM은 이베이, RDIMM은 서버서플라이 가격 참고. 1.5TB 메모리를 구성했을 때 옵테인과 D램을 같이 쓰면 D램으로만 했을때보다 소요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KIPOST

메모리 모드에서 컨트롤러는 데이터를 읽을 때 먼저 D램을 검사한 다음 해당 데이터가 없으면 옵테인에 접근해 데이터를 가져간다. 이 때문에 D램에 데이터가 없으면 지연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따라서 용량이 큰 특정 데이터를 자주 읽을수록 유리하다.

메모리 모드는 특히 가상머신(VM) 업체들로부터 수요가 많다. 

VM은 누군가가 쓰는 이상 항상 활성화된 상태여야하기 때문에 메모리 용량을 많이 잡아먹고, 메모리 용량이 부족하다보니 스토리지에서 데이터를 계속해서 읽고 써야한다. 옵테인을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기본 메모리 용량을 늘릴 수 있어 VM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SKT는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SKT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다중접속 엣지 컴퓨팅(MEC) 시스템에 인텔 옵테인과 인텔 ‘SST-BF(Speed Select Technology-Base Frequency)’를 적용, 확장성과 성능을 개선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동통신에서 데이터는 단말기에서 기지국, 교환국, 인터넷 망을 거쳐 데이터센터(중앙)까지 갔다가 처리된 다음 역순으로 되돌아온다. MEC는 기지국 및 교환국에 설치된 일종의 간이 데이터센터로, 중앙 데이터센터까지 데이터를 옮길 필요가 없어 서비스의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메모리를 D램으로만 구성했을 때는 초당 입출력 속도는 빠르지만 최대 20개의 VM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인텔 옵테인 DC를 활용하면 2배 많은 40개의 VM을 형성할 수 있다./SKT·인텔
메모리를 D램으로만 구성했을 때는 초당 입출력 속도는 빠르지만 최대 20개의 VM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인텔 옵테인 DC를 활용하면 2배 많은 40개의 VM을 형성할 수 있다. VM은 레디스(Redis)의 것을 택했다./SKT·인텔

SKT는 옵테인을 추가, VM 인스턴스화(Instantiation)는 2배 이상 늘려 성능 저하 없이 VM 당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교 대상은 2666㎒ DDR4 D램 DIMM이다.

업계 관계자는 “2999㎒ D램이 나온 상황이라,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면 D램이 나을 수도 있다”면서도 “가격 경쟁력과 확장성이 속도라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옵테인, 2개의 선택지 ②앱 다이렉트 모드-온라인 검색 서비스

앱 다이렉트(App Direct) 모드에서 옵테인은 고속 저장장치처럼 쓰인다. 인텔이 퍼시스턴트 메모리 개발 키트(PMDK)를 제공하고 있으나,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해 개발자 입장에선 번거롭다. 

그럼에도 앱 다이렉트 모드는 SAP 하나(HANA)·레디스(Redis) 등의 선택을 받았다. 속도 때문이다.

기존 스토리지에서 데이터를 읽을 때는 소프트웨어가 1차적으로 동작해 메모리를 거쳤다가 스토리지로 간다. 이 때 스토리지에 저장된 데이터는 4K 단위 블록으로 쪼개져서 다시 메모리를 거쳐 프로세서로 향한다. 즉, 4K 단위 블록으로 데이터를 나눠야 해 지연시간이 생긴다.

앱 다이렉트 모드에서 옵테인은 메모리와 스토리지 사이에 위치한다. 데이터를 읽을 때는 소프트웨어가 메모리를 거치지 않고 곧장 옵테인에서 데이터를 찾아 바이트 단위로 프로세서 내 캐시메모리로 보내준다. 그만큼 지연시간이 짧아 읽고 쓰는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바이두의 피드 큐브 동작 다이어그램./인텔
바이두의 피드 큐브 동작 다이어그램./인텔

바이두도 옵테인을 채용, 고객 맞춤형 피드 제공 서비스 제공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바이두는 인텔의 옵테인과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D램으로 첨단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인 ‘피드큐브(Feed-Cube)’를 만들었다. 

피드 큐브는 데이터에 대한 특정 값(key)을 정하고 해당 특정 값들을 모아둔 해시 테이블(Hash table)은 메모리에, 데이터 파일은 스토리지에 저장하는 식으로 동작한다. 누군가가 데이터를 요청하면 데이터에 관한 키 값(Query key)을 메모리에서 찾고, 스토리지에서 키값을 검색해 데이터를 가져온다.

기존에는 속도가 빠른 D램만을 메모리로 활용했지만, 많은 사람이 동시 접속할 때는 D램과 스토리지의 속도 차이로 제때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없었다. 이에 바이두는 옵테인을 앱 다이렉트 모드로 채택, 스토리지 역할을 하게 하는 동시에 해시 테이블의 일부를 저장했다. 

이를 통해 동시 접속자 수가 많을 때 걸리는 지연시간을 줄였다. 단일 서버 기준으로 D램 사용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스토리지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고 바이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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