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달의 법칙(Amdahl's law)’은 컴퓨터 프로그램은 프로세서를 아무리 병렬화 시켜도 병렬처리가 가능한 부분(전체 처리량의 약 5%)과 불가능한(순차 처리) 부분으로 구성되므로 더 이상 성능이 향상되지 않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이 때문에 일명 ‘암달의 저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암달의 법칙을 극복한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내놨다. 실제로 상용화는 되지 않아 검증된 기술이라 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향후 마이크로프로세서 판도를 바꾸는 파괴적인 기술이 될지, 아이디어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텔 CPU. /인텔

 

한주기 병렬 프로세서(EOPPP, Every One Period Parallel Processor) 개발

모르미가 개발한 프로세서는 ‘한주기 이론’으로 설명된다. 연산에 사용될 데이터를 연산 전에 정렬해 저장하고, 저장된 데이터를 한 주기 처리한 후 재정렬해 저장한다. 저장된 결과 값은 다음 한 주기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연속적인 병렬처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모르미가 설계한 새로운 프로세서 아키텍처의 경로망. 연산부가 덧셈부(Adder)로만 구성돼 로직이 매우 작다.

이같은 설계 덕분에 EOPPP 아키텍처는 n개의 코어를 사용해 n배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코어가 늘어날수록 기존에 사용하던 CPU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

암달의 법칙이 적용되는 기존 CPU와 EOPPP 비교. /모르미

 

어떤 코드든 병렬처리 가능한 초고속 만능 프로세서

이준범 모르미 대표는 “코드 병렬처리, 루프 병렬처리 등 경로망에서 어떤 코드든 병렬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르미는 이 아키텍처 기술에 대해 국내 7건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에 특허 5건을 출원했고,  이미 한국(3건)과 미국(2건)에 특허 등록됐다.  

활용도는 다양하다. 모뎀칩을 예로 들면 CPU,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로 구성되는데, EOPPP는 CPU와 HW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알고리즘 변경시마다 새로운 칩을 개발하는 게 불필요하다. 

현재 HW와 컴파일러 개발을 완료했고, 어셈블러와 링커를 내년 1분기 중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 각종 개발 언어와 호환성이 있는 API를 계속 제공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이 기술이 모뎀칩, AI(인공지능), 서버용 가속기, 슈퍼컴퓨터용 시뮬레이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르미는 통신 반도체 개발 엔지니어 출신 이준범 대표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유경헌 박사(CTO)를 비롯, 통신분야 칩 개발 전문가들이 설립한 회사다. 이 대표는 “아키텍처 엔지니어 관점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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