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LCD용 핵심 소재인 편광판 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 중국 현지 편광판 업체와 합작사(JV) 설립 후 매년 지분을 줄여나가는 방식이 유력하다(KIPOST 2019년 3월 29일자 <LG화학 편광판 사업 재편, 시기와 방향은?> 참조).

JV 설립은 사양 산업인 LCD용 소재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에서 사용할 편광판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방식이다. 

LG화학 연구원들이 생산된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연구원들이 생산된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은 LCD용 편광판 사업을 중국 화학소재 업체 산산에 매각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LG화학은 사업 매각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인수 당사자인 산산은 JV 설립 방식을 통해 사업을 넘겨받게 된다고 이 날 공시했다.

JV는 산산 70%, LG화학 3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된다. JV 산하에는 베이징 LG와 난징⋅광저우⋅타이완 편광판 생산법인이 포함된다. 국내 공장의 LCD용 편광판 사업도 포함되지만, 충북 오창공장에서 생산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편광판 사업은 제외다. OLED용 편광판을 뺀 편광판 사업 일체가 산산⋅LG화학 합작사 산하로 들어가는 것이다.

LCD용 편광판이 수직⋅수평방향으로 빛을 정렬하는 역할이라면, OLED용 편광판은 빛의 진동 방향을 45도 꺾어주는 역할이다. 이를 통해 외광 반사를 차단, OLED의 시인성을 높여준다. OLED용 편광판은 국내 시장 전망이 비교적 밝다는 점에서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LG화학은 JV 설립과 함께 산산으로부터 7억7000만달러(약 9230억원)를 수령한다. 이후 3년 내에 30% 지분을 산산에 넘기면서 3억3000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총 매각 금액은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인 셈이다. 

LG화학 관계자는 "IT소재 분야에서 OLED를 중심으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편광판 사업의 경우 OLED 편광판을 주력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편광판 사업에서 곧바로 철수하지 않고, 3년에 걸쳐 단계적 철수를 검토하는 것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LCD 공장에서 사용할 편광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공장에서의 LCD 생산을 곧 중단할 예정이지만, 광저우 공장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밝힌 바가 없다. 

광저우 LCD 공장은 경기도 파주 P7⋅P8⋅P9에 비하면 비교적 신규 시설이다. 가장 오래된 광저우 1공장 1번 라인도 2014년 5월에 양산 가동에 들어갔다. 가장 최신인 광저우 2공장 2번 라인은 2017년 5월 양산에 돌입해 아직 감가상각도 끝나지 않았다. 광저우 1⋅2공장의 생산능력만 8세대 원판 투입 기준 월 21만장이다. 

LG디스플레이 LCD 라인 현황. /자료=하나금융투자
LG디스플레이 LCD 라인 현황. /자료=하나금융투자

LG화학이 한번에 편광판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되면, 아직 쉬지 않고 돌고 있는 광저우 LCD 공장의 편광판 수급이 불안해진다. 

JV 설립 후 100% 인수 방안은 사업을 넘겨받는 쪽인 산산 입장에서도 고객사 유지에 유리한 방식이다. JV를 통해 LG디스플레이라는 고객사를 캡티브 마켓으로 3년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광판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공급 과잉에 시달렸던 편광판 업계가 지난해에는 비(非) 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TAC) 계열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국면으로 역전됐다”며 “지금이 편광판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적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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