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레이저 어닐링(Laser annealing)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레이저 어닐링 기술은 반도체에서 새로운 게 아니다. 핀펫(FinFET) 공정이 도입된 이후 기존 급속열처리(RTP) 공정의 상당 부분을 레이저 어닐링, 즉 레이저열처리(LTP)가 대체했다.
다시 이 기술이 조명받는 건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직에서 쓰인 것과 완전히 다른 역할이다. 당장 양산 라인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차세대 D램 양산에 활용될 전망이다.
로직 공정, RTP 대체한 LTP
반도체 제조에서 열처리 공정은 필수다. 이온 주입(Diffusion) 공정 이후 발생한 손상을 완화할 때, 불순물(Dopant)을 활성화할 때, 고유전율(High-k) 층이나 금속 박막을 만들 때 반드시 거치는 게 열처리 공정이다.
핀펫 이전 로직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열처리 공정 장비로는 RTP와 퍼니스(Furness)가 쓰였다.
퍼니스는 내부에 장착된 히터로 상온에서부터 1분에 10℃씩 온도를 서서히 끌어올려 고온을 일정 시간 유지하고 다시 서서히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웨이퍼 표면의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시간 조절을 잘못하면 도펀트가 기판 내부로 깊숙이 확산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게 RTP다. RTP는 텅스텐 할로겐 램프로 적외선·자외선 복사광선을 웨이퍼에 순간적으로 쪼여 열 에너지를 공급한다.
‘급속’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만큼 1초에 100℃씩 빠르게 온도를 올릴 수 있었고, 가스 제어가 쉬워 복잡한 박막을 증착할 때 유용했다. 하지만 온도가 올라갈 때 웨이퍼의 가장자리보다 가운데 온도가 더 높아 웨이퍼가 뒤틀리거나 단층(Dislocation)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두 장비의 공통점은 웨이퍼 전체에 열을 가한다는 점이다. 핀펫 공정 이전까지는 두 장비로도 충분히 열처리를 할 수 있었지만, 핀펫 공정이 도입되고 막질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웨이퍼 전체를 가열하는 두 장비로는 한계가 있었다.
LTP는 RTP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도판트를 확산하거나 하이케이 및 메탈 박막을 균일하게 형성할 때, 다결정 실리콘층의 저항을 낮출 때처럼 웨이퍼의 일부에만 열이 가해져야 할 때 활용됐다.
LTP는 이산화탄소(CO2)나 다이오드 레이저로 원하는 부분에만 열 에너지를 줄 수 있다. 온도를 올리는 데 수 초가 걸리는 RTP와 달리 수 마이크로초(㎲)만에 RTP보다 더 높은 온도를 만들기 때문에 전체 웨이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RTP가 오븐에서 빵을 굽듯 웨이퍼를 처리한다면 LTP는 토치로 재료의 겉면만 익힌다고 보면 된다.
현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TSMC 등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최신 로직 공정에서 LTP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장비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울트라텍을 인수한 비코(Veeco), 중국 맷슨테크놀로지(Mattson technology) 등이 공급한다.
LTP, 로직에서 메모리로
로직에서만 활용되던 LTP는 최근 메모리로 영역을 확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중에서도 D램 제조에 이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이오테크닉스는 삼성전자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이를 개발, 지난 2016년 삼성전자에 LTP 장비 3대를 납품했다.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이 중 1대 설비에 대한 구매주문서(PO)를 받았다. SK하이닉스 또한 여러 업체들을 대상으로 LTP 장비를 검증하고 있다.
메모리에서 LTP는 로직과는 다른 공정(step)에 활용된다. 단층을 이루는 분자간 결합 등 미세구조(Microstructure)를 복원하거나 소자와 금속 배선을 연결하는 접합(contact) 중 하나인 오믹 접합(Ohmic contact)을 형성할 때 쓰는 게 유력하게 꼽힌다.
물론 당장 LTP가 D램 양산 라인에 도입되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연구개발(R&D)에서 먼저 LTP 장비를 검증해본 다음 양산 라인에 도입할 계획이다. 양산 라인에 들어가는 시점은 빨라야 내년 말로 점쳐진다.
이에 이오테크닉스 외 열처리장비나 레이저를 다뤄온 다른 장비 업체들도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Ⅲ-Ⅴ 화합물 반도체 제조에서는 이미 오믹 접합을 만들 때 레이저 어닐링을 활용한다”며 “로직에서는 단순히 RTP를 대체하는 역할이었다면, 메모리에서는 핵심 공정 중 하나로 쓰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