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모터 생산에 사용하는 무방향성 규소강판(전기강판)이 내후년부터 심각한 공급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 생산량 확대에 따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비해 신규 생산능력 투자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무방향성 규소강판 수요가 지난해 32만톤 수준에서 2027년 25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7년 만에 수요가 7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IHS마킷은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한 2026년에 6만1000톤, 이듬해엔 35만7000톤까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에 따르면 35만7000톤의 무방향성 규소강판은 전기차 구동모터 코어 기준 580만대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무방향성 규소강판 수요 및 공급 부족분. /자료=IHS마킷
무방향성 규소강판 수요 및 공급 전망. /자료=IHS마킷

규소강판은 1~4%의 규소를 함유한 강판으로, 전자기 특성이 좋고 불순물은 적은 제품을 뜻한다. 결정 방향에 따라 방향성 규소강판과 무방향성 규소강판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변압기와 발전용 제너레이터 등에 사용된다.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품목은 무방향성 규소강판으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고효율 모터 생산에 사용된다.

수요 증가세가 명확한데도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건 규소강판 시장의 구조 탓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모터용 규소강판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14개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규소강판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서는 조단위 설비 투자가 동원돼야 한다. 포스코는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연산 10만톤 규모인 무방향성 규소강판 생산능력을 40만톤으로 늘리기로 의결했다. 이를 위해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정도 자본지출에 기술력까지 확보해야 한다면 신규 업체가 설비투자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기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생산설비를 갖추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단기에 생산능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IHS마킷에 따르면 기존 철강 회사가 규소강판 생산능력에 투자해 양산하는데는 최소 3년이 소요된다. 시설 건설 2년에 엔지니어링 기간 1년이 포함된다. 이미 철강 생산 노하우를 갖춘 회사가 이 정도라면, 신규 업체가 진입하는데는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IHS마킷측은 “무방향성 규소강판 생산능력의 88%가 한국⋅중국⋅일본에 집중돼 있어 북미 지역에서의 심각한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후방산업 통합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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