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갑 슈나이더일렉트릭 팀장. /사진=슈나이더일렉트릭
서훈갑 슈나이더일렉트릭 팀장. /사진=슈나이더일렉트릭

전기 설비 사고는 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기존 전력 설비 대부분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동작하고, 통신 기능이 생략돼 중앙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탓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가 아직 정확한 원인 파악조차 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지 발화점을 보고 배터리나 그 주변부가 화재 원인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공항⋅항만 같은 대형 인프라나 빌딩⋅공장 등이 전력 설비에 클라우드 기반 예지정비 솔루션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이처럼 예방하기 어려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지정비 솔루션은 각 전력 설비에 통신 기능을 부착, 평소에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탐지하는 게 목적이다. 

올해 전 세계 예지정비 솔루션 시장은 약 4조5000억원, 오는 2025년 14조원 수준으로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나이더일렉트릭⋅아비바, 국내서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현대일렉트릭 등이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서훈갑 슈나이더일렉트릭 팀장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일부 터미널과 미국의 한 대학병원 등 예지정비 솔루션을 도입해 전력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예지정비 기술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지정비 솔루션은 어떻게 사전에 사고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을까. 우선 예지정비 솔루션에 연결된 전력 설비들은 기본적으로 통신 기능(모드버스 TCP 등)을 탑재한다. 이 연결을 통해 전압⋅전류⋅역률⋅비상전력과 관련한 데이터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버로 모인다. 

서버에 모인 데이터들을 분석하면, 어떠한 조건에서 정전이나 화재 사고가 일어나는지를 학습을 통해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전력 설비 데이터와 사고 이력이 쌓이다 보면 예측 가능성과 정확성이 갈수록 정교해질 수 밖에 없다. 

서훈갑 팀장은 “슈나이더의 예지정비 솔루션인 ‘에코스트럭처'는 관련 데이터가 프랑스와 인도 서버로 모이게 되고, 사고가 예상되면 즉시 고객사 담당자에게 신호를 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력 설비 운용 정보를 한데 모으고, 이를 클라우드로 관리하면 편리하기는 하지만 보안에 대한 우려는 높아질 수 있다. 에코스트럭처의 경우, 전용 포트를 사용해 해킹 가능성을 차단했다. 또 솔루션 자체가 아웃바운드만 허용하고, 인바운드 기능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각 기기에서 모아진 정보가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지기만 할 뿐, 서버에서 각 기기로 명령을 내보내는 기능이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해커가 서버에 잠입한다고 해도 각 고객사 전력 기기를 컨트롤 할 수는 없다. 

서 팀장은 “여전히 전력설비 현장은 보수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 예지정비 솔루션은 24시간, 365일 가동하면서 유지보수 인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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