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분기 디스플레이 업계는 반짝 호황에 심취했다.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임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한 LCD 패널 가격 덕에 막대한 영업이익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동반 1조원을 돌파했다. 디스플레이 사업 시작 이래 두 회사 1분기 영업이익이 나란히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0일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일부 8.5세대 LCD 라인 생산이 중단되면서 내년 상반기 일시적인 업황 반전이 예상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생산전환에 따른 일시적 물량공백, 결과는?

 

내년 상반기 LCD 시장은 2017년 처럼 생산공백에 따른 일시적 가격 반등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2017년 업계 전반적인 공급 부족을 선물한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였다. 앞서 2016년 말 7세대 팹인 L7-1을 가동 중단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생산 공백이 일어난 것이다. 

L7-1은 주로 40인치대 TV용 패널을 생산했으며, 기판투입 기준 월 15만장의 생산능력을 보유했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16년 말 L7-1 생산을 종료하자 TV 세트 업체들이 패널 사재기를 시작했다. 2017년 패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패널 재고 확보에 나선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내년 상반기 패널 시황이 다소나마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것은 이와 유사한 일이 내년 초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2017년 7세대 1개 라인이 생산을 중단했음에도 시장 전반적으로 공급이 부족해졌는데, 내년은 최소 2개 이상 라인의 생산 공백이 예상된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가 L8-1-1 라인 철거를 진행 중이고, 내년 여름을 전후해 1개 라인을 추가 철거한다. 하반기 추가 철거에 들어가기 위해 가동 중단 시기는 이보다 더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L8 공장은 8.5세대(2200㎜ X 2500㎜) LCD 공장으로, 철거 뒤 ‘QD디스플레이(QD-OLED)’ 공장이 들어선다.

7세대 이상 LCD 생산능력. 빨간색 실선이 한국 업체들의 생산공백을 감안한 수치다. 빨간 점선은 생산공백이 없을 시 생산능력. /자료=DSCC
7세대 이상 LCD 생산능력. 빨간색 실선이 한국 업체들의 생산공백을 감안한 수치다. 빨간 점선은 생산공백이 없을 시 생산능력. /자료=DSCC

여기에 LG디스플레이 역시 8.5세대 LCD 라인의 생산 중단을 추진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P7과 P8에 7세대⋅8세대 LCD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P7의 생산 능력은 기판투입 기준 월 22만장, P8은 24만장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 디스플레이 중고장비 업체 대표는 “LG디스플레이가 P8 내 LCD 장비를 매물로 내놓고 매수자를 찾고 있다”며 “컬러필터 장비는 둔 채 셀(액정) 장비를 중심으로 매각 대상에 올려 상대적으로 새 주인을 찾기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개 라인, LG디스플레이가 최소 1개의 8.5세대 LCD 라인 가동을 중단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얼마나 될까.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두 회사의 생산중단을 가정하지 않은 내년도 LCD 생산능력(7세대 이상만 포함)은 2억6000만㎡다. 

그러나 두 회사의 생산량 감축치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2억4300만㎡로 내려간다. 전 세계 공급능력의 6.5%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통상 LCD 생산능력이 수요의 10%를 넘어가면 업계는 공급과잉으로 해석한다. 6.5%면 수급을 좌우하기 충분한 규모다. 

DSCC는 내년에 대형 LCD 수요 대비 공급능력이 110.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급 균형을 달성한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공장 전경. 역시 8.5세대 LCD 공장 생산 중단을 추진 중이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공장 전경. 역시 8.5세대 LCD 공장 생산 중단을 추진 중이다. /사진=LG디스플레이

단기적으론 호재, 장기적으론 여전히 낙관 어려워

 

내년은 짝수해로 도쿄 올림픽(2020년 7월 24일 개최)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디스플레이 산업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삼성⋅LG디스플레이 생산 공백에 따른 일시적 업황 반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하반기 이후를 바라보면 여전히 장기 전망은 좋지 않다. 업계 공급 과잉을 촉발한 장본인인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투자의지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LCD 패널 가격이 잠시나마 반등한다면, 중국 업체들의 투자 의지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이미 투자한 채로 램프업(가동률 제고) 작업만 남은 10.5세대(2940㎜ X 3370㎜) 팹만 BOE B17(우한), CSOT T6⋅T7, 폭스콘 광저우 공장 등 즐비하다. 10.5세대 기판은 삼성⋅LG디스플레이가 문을 닫는 8.5세대 대비 1.8배 크다. 삼성⋅LG디스플레이의 생산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다. 

세대별 LCD 생산능력. 8세대 이하가 줄어든 규모 이상으로 8.6세대와 10.5세대 생산능력이 늘고 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세대별 LCD 생산능력. 8세대 이하가 줄어든 규모 이상으로 8.6세대와 10.5세대 생산능력이 늘고 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연간 TV 수요가 2억대 초반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 TV의 평균 패널 면적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패널 시황은 회복되기 힘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세대 이하 LCD 생산능력이 줄어든다고 해도 8.6세대 이상, 특히 10.5세대 생산능력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며 “수요-공급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패널 수급이 장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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